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증류주 인기가 높다. 홈플러스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2030세대가 사는 증류식 소주량이 지난해보다 58% 늘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진 증류주가 또렷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창녕과 창원에 본거지를 둔 농업회사법인 '맑은내일'이 생산한 운암과 빛소주, 하늘아래서가 그렇다.
박중협(50) 맑은내일 대표는 우리 지역 쌀로 만든 증류주의 가치를 알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구해왔다.
박 대표는 이제 증류주를 잘 만드는 것과 더불어 애호가와 만나는 일, 지역과 호흡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19일 맑은내일이 4년에 걸쳐 지은 복합문화공간 '이음재'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맑은내일의 '이음재'
창원시 성산구 귀산동의 명물은 마창대교와 그 아래에 흐르는 마산 바다가 펼치는 풍경이다.
그 시원한 경치를 보려고 주말에 지역민들이 귀산동에 머무른다.
이음재에서도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 2·3층 카페가 그렇다. 바다를 마주 보는 면에 유리창을 냈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금세 멋진 풍경에 닿는다.
카페 이음재는 고객, 지역민과 이어져 있지만 맑은내일이 품은 가치와도 이어져 있다.
'발효'가 핵심가치다. 카페 이음재는 제빵류도 함께 판매하는데 제빵실을 따로 둬 신선한 발효를 고객이 직접 느끼게끔 신경 썼다.
더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자. 지하 1층에 사색의 길로 1945년부터 이어 온 맑은내일의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 반대편에 맑은내일 주류를 구매하고 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교육장에서 배우게 되는 건 '전통주'다.
어떤 맛이든 제대로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지기에 전통주를 알리는 시간을 마련했다.
교육은 현장체험도 함께 이루어진다. 교육장 내 계단으로 올라가면 맑은내일 제3공장으로 이어져 소비자는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다음 주 중 신청자를 모집해, 5월 중에 교육을 진행하고자 한다. 최근 주류문화가 세분화되고 개인적으로 변모해 수요가 충분하다고 봤다.
박 대표는 교육장에서 술 빚기까지 가능할 거라 내다보고 있다.
교육장에서 더 깊숙이 들어가면 숙성실이 있다. 이 숙성실은 조만간 고객들의 개인 술 창고가 될 것이다.
박 대표는 "증류주를 만들어 참나무(오크)통이나 항아리에서 숙성하는 작업까지 거친 술을 1배럴(약 200ℓ)가량 판매하려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독일 브루어리, 프랑스 와이너리에나 있을법한 진풍경을 창원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 최초에 도전하다
박 대표가 최근 고심하는 생산품은 역시 '증류주'다.
증류주 제조 과정은 막걸리와 사뭇 비슷하다. 쌀로 누룩을 만들고 발효해 열기를 쏴 증기로 만든다.
70~80℃ 사이 적합한 온도점에서 알코올이 먼저 증류된다. 그리고 100℃가 됐을 때 물이 끓으면서 증류로 넘어간다.
이때 알코올과 물의 배합이 맛을 결정한다. 발효한 침전물이 섞이지 않았으니 매우 맑은 술이 탄생한다.
최근에 선보인 '운암'보다 높은 질로 만들려고 한다. 이미 연구단계는 끝났다.
연구실에서 만족스러운 술이 나왔지만 맑은내일이 갖춘 공장 설비에서 가능한지 실험 중이다.
연구실 결과물과 공장 결과물의 틈을 줄인다.
아직 이름 없는 이 증류주는 벌써 단독 판매를 원하는 업체가 있다.
창원과 창녕 쌀이 들어간 증류주라는 것 말고 박 대표는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고품격 증류주를 실제 맛봤을 때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맑은내일은 2008년부터 과실 증류주를 실험하고 꾸준히 내왔다. 최근 맑은내일은 단감을 발효해 증류주 '하늘아래서'를 만들었다. 김민종 배우와 인연이 닿아 협력해 만들었다.
과실주는 많지만 단감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고, 이를 증류주로 만들기란 더 어렵다. 증류주 설비를 갖추고 여러 실험을 할 조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개발을 꾀한 박 대표의 집요함이 '최초'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단감증류주 하늘아래서는 쌀로 발효한 증류주인 '운암'보다 달큰한 맛이 더 깊이있게 느껴진다.
이 때문에 하이볼로 제조해 더 달게 만들 필요는 없다.
얼음과 레몬, 탄산수 등을 섞어 마시면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우리 농산물 더 멀리 더 많이 퍼지도록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과실주는 국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맑은내일은 지난해부터 수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얀마는 이미 과실소주, 증류식 소주가 인기라 재발주 요청이 들어왔다.
박 대표는 "고객이 다시 찾아주는 게 중요한 지표인데 미얀마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호주·대만 등에 과실 소주를 수출한다.
중국은 맑은내일이 판매하는 곤약젤리 디저트와 증류주를 많이 찾는다. 박 대표는 "국외에서 우리나라 또는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 수출은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동시에 준비하는 일들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주류 경향성은 빠르게 변한다.
박 대표 말에 따르면 식품·외식 경향성 변화와 비슷한 순리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주류공장에 설비를 갖추고 상용화하는 과정 때문에 경향성에 빠르게 발맞춰 나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제품 개발에 긴 시간이 들고 미세한 차이에서 맛이 변하는 전통주를 빚어야 하는 처지에서 더욱 그렇다. 해서 경향성을 미리 예측하고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맑은내일은 탄산주 또한 준비하고 있다. 스파클링 주류의 대세를 짐작해서다. 증류주만큼이나 탄산주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든다.
이산화탄소 주입 설비를 들이고 적응하는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맑은내일은 최초 도전을 머뭇거리지 않는다. 전통주가 살아 숨 쉬었던 마산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