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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76년 전통 '창원 막걸리'에 담긴 맛과 이야기
최고관리자
2022.01.12
3,173

  • 귀산동에 공장 등 ‘발효마을’ 추진

    “지역경제·주민과 선순환 앞장설 것”

    “창원 생탁주를 시작한 귀산에 양조장 견학이 가능하고 발효물로 키운 농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발효마을’을 세울 겁니다”

    카페거리로 유명한 창원 귀산동에는 올해 4월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밖에서 언뜻 봐도 큰 은빛 탱크들이 줄줄이 서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대학 생물연구소에 온 것 같은 장비들이 즐비하다. 1945년 창원 의창구 ‘사화 정미소’에서 시작한 창원 막걸리 주조를 3대째 해오고 있는 맑은내일(주) 박중협(47) 대표가 할아버지·아버지가 빚은 막걸리의 전통을 또다른 방식으로 잇고 알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맑은내일 박중협 대표가 창원시 성산구 삼귀로 맑은내일 본사 내에 갖춰져 있는 양조 설비들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맑은내일 박중협 대표가 창원시 성산구 삼귀로 맑은내일 본사 내에 갖춰져 있는 양조 설비들을 설명하고 있다.

    창원산단이 개발되면서 스러졌던 창원 사화 정미소의 막걸리는 지난 2003년 창원 귀산동에서 박 대표와 아버지의 노력으로 부활한다. 이를 바탕으로 창녕 특산물인 양파 껍질차 등을 선보이며 창녕공장을 키우고 건강즙류, 건강차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시켰다. 유명회사 제품 제작도 담당하면서 몸집을 불려나갔다.

    “성장하고 있으나 실속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고 회사 구성원들과 함께 맑은내일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재설정했죠.”

    답은 쌀로 만든 주류와 발효 미생물 제품 제작·연구였다. 이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지속시켜 지역에 뿌리내리기 하기 위해서는 다시 창원으로 주 생산지를 옮기는 것, 맑은내일의 역사와 추구하는 가치, 제조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 2003년 창원 최초의 농민주 주류회사로 창원생탁주를 시작했던 귀산동에 터를 잡았다.

    현재 준공된 건물에 이어 오는 9월부터 착공에 들어가는 옆 건물을 포함하면 월 50만병의 주류제품 생산이 가능한 공장이 생기고, 그 위로는 쌀 발효물 퇴비로 키운 지역 농산물 요리를 내어주는 레스토랑, 카페·베이커리, 전시·판매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창녕에서 10년 넘게 양조과정서 나온 발효물로 마늘을 키우는 필드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발효물 퇴비를 이용하니 1.5배에서 많게는 2배 큰 양질의 마늘이 생산되더라고요. 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지역민들과 계약을 체결해 여기 바로 옆 밭에서 발효물로 농작물을 키운 뒤 저희가 전량 수매해 신선한 제철 농산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고, 남으면 직접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가공할 계획입니다. 저희끼리는 ‘발효마을’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런 지역, 주민과의 선순환을 이어가는 것이 저희가 오래도록 할 수 있는 ‘ESG경영’이 아닐까요?”

    본사 건물은 막걸리 양조·제품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관람로까지 고려해 맞춤형 설계됐다. 지역 막걸리 제조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설이 드물기에 맑은내일의 오래된 역사와 더불어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곳으로 역할하며 특별한 볼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 막걸리 도가가 1000곳 정도 있지만 대부분 영세해서 관광할 정도의 규모를 갖춘 곳이 거의 없죠. 막걸리는 요새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요소들을 담아내려 합니다”

    창원 귀산으로 돌아오며 브랜드 이야기와 생산지를 일치시킨 만큼 맑은내일의 시작이 된 ‘창원 생탁주’를 다시금 홍보하고, 제품들을 편의점과 대형마트에 입점시키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제품 개발에 5년이 걸린 전통 고급 약주 ‘운암1945’ 또한 출시를 앞두고 있다. 600년간 창원 사화동에 자리했던 ‘운암서원’을 모티브로 만든 고급 약주로 지난 2018년 공장 기계를 수리하다 사고로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한 박 대표의 아버지를 기리며 그가 공들여 만든 제품이다. 지역 전통주를 지켜오던 순수한 신념으로 산단 개발 때문에 사라진 운암서원을 사비를 들여 옛터에 복원하고 창원시에 기증한 아버지의 행적을 떠올리며 한국형 화이트와인을 개발했다. 국산 누룩과 물, 쌀로만 만든 정직하고 순수한 술이라고 평한다.

    그는 이와 같은 브랜드 이야기들과 새 본사를 토대로 올해를 맑은내일 브랜드 재정립의 원년으로 삼고, 지역 전통주 대중화에 나서려 한다.

    “전통주에 대한 인식들이 좋아지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지역 선순환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차별화된 특색 있는 것이 필요해요. 아직 많은 과정들이 남았지만 우리만이 가진 장점을 살린 공간과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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